본 글은 우리나라 전래 동화인 '호랑이가 준 보자기' 글을 제시하고 융 심리학 관점으로 이야기를 해석하려고 합니다. 이야기는 가난한 총각이 무의식과 정체 상태에서 자기 인식과 성취의 상태로 변모하는 과정을 거치는 개성화 과정을 가는 여정을 볼 수 있습니다.
호랑이가 준 보자기 줄거리
옛날옛날에 가난한 총각이 혼자 살고 있었습니다. 가난한 총각은 장가도 못 가고 쓰러져가는 오두막집에서 논밭을 일구며 살고 있었습니다. 집이 어찌나 허술하던지 뒷간도 없어서 추운 겨울이 되면 그냥 뒷문을 열고 뒷산 쪽에 대고 오줌을 누기 일쑤였습니다. 어느 날, 그 모습을 본 뒷산 산신령님이 노하였습니다. 산에 대고 오줌을 누는 총각을 괘씸하게 여긴 산신령님은 뒷산에 살던 호랑이를 불러 총각을 혼내주라고 명하였습니다. 호랑이는 밤중에 총각 사는 집으로 내려와서 헛간 뒤에서 총각이 나오기를 기다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날도 어김없이 총각은 뒷산에 대고 오줌을 누는 것이었습니다. 호랑이가 냅다 달려가 총각을 혼내주려 했지만, 그때 총각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말았습니다.
“아유, 추워. 나는 집이라도 있어 괜찮지만 집도 없이 산에 사는 호랑이님은 얼마나 추울까?” 총각의 말을 듣게 된 호랑이는 차마 총각에게 덤빌 수 없었습니다. 호랑이는 마음을 고쳐먹고 다시 산으로 돌아가서 산신령님에게 자초지종을 말해주었습니다. 산신령님도 총각의 마음에 탄복하여 그냥 두고 온 호랑이를 칭찬해 주었습니다.
얼마 후, 호랑이는 다시 총각이 잘 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밤중에 총각의 오두막을 찾아갔고, 총각은 한밤중에 뒷산에 대고 오줌을 누며 전과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그 다음날에도 지날 때마다 그러니 호랑이는 결국 너무 감동하고 말았습니다
호랑이는 산신령님을 찾아가 부탁했습니다. “산신령님, 그 총각이 조금 무례하긴 하지만 마음씨는 무척 착한 것 같습니다. 살림이 많이 어려운 것 같아 좀 도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산신령님은 호랑이에게 총각에게 갖다 주라며 보자기 하나를 주었습니다. 호랑이는 총각이 자신을 겁낼 것을 걱정하며 총각이 주워가길 기다리며 길목에 보자기를 슬쩍 내려두었습니다. 이튿날, 총각이 나무를 하러 가던 길에 보자기를 발견하고 주워가기로 했습니다.
‘이 보자기를 어디에 쓸까?’ 고민하던 총각은 날씨가 추우니 보자기를 머리에 두르기로 했습니다. 보자기를 두르고 길을 가는데 정말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어디선가 말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어디서 소리가 들려오나 귀를 기울이니 길가의 참새가 사람처럼 말을 하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 보자기가 바로 요술보자기였던 것이었습니다. 놀란 총각은 가만히 참새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얘들아, 건넛마을 김첨지네 딸이 병에 걸려 죽어간대. 그 집 용마루에 사는 천년 묵은 지네 때문에 그런 건데 사람들은 그것도 모르고 딸이 죽어가는 것만 지켜보고 있으니 딱하지.”
“그러게. 용마루를 드러내고 지네한테 담배 연기만 쐬면 죽을 테고, 그러면 딸의 병도 나을 텐데…” 그 말을 들은 총각은 당장 지게를 벗어 던지고 김첨지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내가 이 집 딸을 살려줄 테니 큰 사다리 하나와 담배 한 쌈, 그리고 부싯돌을 갖다 주십시오.”
딸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고 하는 총각을 보자, 김첨지는 반가워하며 당장 총각이 말한 것들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총각은 담배 쌈지와 부싯돌을 들고 사다리를 타고 지붕으로 올라갔습니다. 총각이 지붕에 올라가 용마루를 턱 드러내보니 아니나 다를까 커다란 왕지네 한 마리가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총각이 부싯돌로 담배 쌈지에 불을 붙여 지네에게 연기를 쐬니 지네가 그만 털썩 땅에 떨어져 죽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총각은 김첨지네 외동딸 목숨을 살릴 수 있었고, 김첨지네 집에는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김첨지는 총각을 사위 삼기로 했고, 총각은 가난도 벗어 던지고 김첨지네 외동딸과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융 심리학 관점의 이야기 해석
융의 관점에서 이 이야기는 개성화의 여정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무너져가는 오두막집에 사는 가난한 총각은 간신히 살아남아 초라하게 살아가는 주인공의 인생의 출발점을 나타냅니다. 그가 총각이고 아내가 없다는 사실은 그가 아직 아니마, 즉 정신의 여성적 측면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이것은 그가 자신의 감정이나 무의식과 접촉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산신령과 호랑이는 주인공을 개성화의 길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무의식의 힘을 나타냅니다. 산신령이 주인공의 행동을 부끄러워하는 것은 주인공이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호랑이의 생활 조건에 대해 주인공이 중얼거리는 것은 그의 공감과 연민을 보여줍니다. 그는 친절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성장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의 표시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호랑이가 산신령의 옷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은 무의식의 선물로, 성장과 변화의 새로운 기회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참새의 대화를 듣는 것은 그의 직관력이 깨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그의 무의식이 의식 속으로 출현하여 현실의 표면 너머를 보고 세상의 숨겨진 진실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김첨지의 딸을 구하기 위한 주인공의 결단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개성화를 향한 그의 여정의 마지막 단계로, 행동을 취하고 생명을 구함으로써 그는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고 자신의 운명에 부응하고 있습니다. 그가 김첨지의 사위가 된 것은 그가 자신의 여성적 측면을 통합하고 아니마를 찾아 행복하고 충만한 삶을 살게 되었음을 시사합니다.
'이야기 해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솝 우화의 '욕심 많은 개': 멜라니 클라인의 시기심 이론으로 해석 (0) | 2023.04.05 |
---|---|
백설공주를 괴롭힌 여왕: 클라인의 시기심 렌즈로 분석 (0) | 2023.03.29 |
전래 동화 해석: '호랑이 형님' 속의 개성화 과정 (0) | 2023.03.01 |
전래 동화 해석: '구렁이 새 신랑' 속의 자아의 여정 (0) | 2023.02.28 |
전래 동화 해석: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 속의 개별화 여정 (0) | 2023.02.28 |
댓글